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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서재 8월 21일(금)

강태식 <영원히 빌리의 것>

회복을 강요하지 않는 일상과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순간에 관하여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하며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희극적인 문법으로 날카롭게 그려낸 강태식 작가가 등단 10년 만에 첫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을 선보인다. 첫 장편 《굿바이 동물원》에서 처절한 경쟁에 밀려난 현대인의 씁쓸함을, 다른 장편 《리의 별》에서 버려진 행성에 홀로 남은 존재의 고독을 독보적인 상상력과 농익은 유쾌함으로 승화해낸 작가는, 이번 첫 소설집에서 인생과 존재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떤 흐트러짐 없이 담백하게 간추리며, 인생의 불확실함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람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또한, 산업혁명부터 28세기까지, 작품들의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 한 장면 안에 머물며 인물의 정서에 주목한 작가 특유의 감각적 시선과 만나 “어떤 세부가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누락되는 영문학적” 깊이로써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수록된 일곱 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나이가 지긋하거나 인생 경험이 쌓일 대로 쌓인 사람들이다. 예순다섯 살의 어느 날 행성을 상속받게 된 빌리 발렌타인(〈영원히 빌리의 것〉), 12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게 된 술주정뱅이 제리 맥킨(〈우리에게 가능한 순간〉), 50년 전 우주미아가 된 남편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일흔여섯 살의 캐럴(〈우주비행사의 밤〉), 아이의 생일 전날 밤, 동료의 죽음을 복기하는 척과 메리(〈생일 전야〉),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의 전설적 인물인 러드 장군의 일기를 얻은 하버 박사(〈반대편으로 걸어간 사람〉), 전자 제품을 수리하다가 문득 온몸이 마비돼버린 병두(〈회로의 죽음〉), 사라진 사장의 권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직장인 김 과장(〈탕!〉)까지. 소설 속 초로의 사람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그 오래되고 지난한 삶 “안쪽 깊은 구역”에는 불확실한 인생의 시간이 지나가고 남은 흠집 같은 것, 기억, 상실, 소망, 고독, 찬란함, 서글픔 같은 것이 알알이 맺혀 있다.


서유미의 서재 9월 4일(금)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오직 한 소녀를 위한 마음의 기록은
삶의 해안을 떠돌다 마침내 사랑의 역사가 된다


2005년 출간 당시 전 세계에 니콜 크라우스라는 이름을 선명히 각인시킨 화제작이자, 그로부터 십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히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소설 『사랑의 역사』를 새로운 번역과 장정으로 선보인다. 니콜 크라우스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사랑의 역사’라는 제목의 책을 매개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삶이 아름답고 애절하게, 때로는 생기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사랑의 역사』는 한마디로 삶의 끝을 기다리는 노인과, 삶의 시작을 기다리는 소녀 사이에 이어진 길고 단단한 끈에 관한 이야기다. 나치 독일에 의해 폴란드에 있던 집과 가족을, 목숨처럼 사랑했던 소녀를 잃고 미국으로 망명해 수십 년을 홀로 살아온 팔십대 노인.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빠가 오래전 엄마에게 선물한 책의 여자 주인공에게서 이름을 받은 열네 살 소녀.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관통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어느새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우연인 듯 운명인 듯 하나의 지점을 향해 흘러가는 여러 갈래의 삶을 아우르며, 사랑의 인력으로 맺어진 인연의 매듭을 촘촘히 더듬어나간다. 소설은 스스로를 비하하고 삶을 조소하는 짓궂지만 애처로운 노인의 목소리로, 때로는 당차고 발랄하고 속 깊은 소녀의 목소리로, 그 부서진 마음의 형태와 질감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지난 회차: 박철우의 서재

박철우의 서재 8월 7일(금)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첫 소설집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김만권 독서지기

  • 정치철학자
  •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저서 <나와 지구 돌봄 혁명>, <새로운 가난이 온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치에 반하다>

서유미 독서지기

  •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
  • 최근작 소설집 <밤이 영원할 것처럼>과 중편소설 <보내는 마음>

박철우 독서지기

  •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 통계학 전공
  • (전) 미국 University of Georgia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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