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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과 직접 대면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와 소통하고 있을까? 우리는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세상과 만나지만, 그 세상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는 것 같지만 나의 의미는 그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의 의미 역시 나의 안으로 던져지지 않는다. 우리는 만나지만 만나지 않는다. 만나지 않고, 만날 수 없음에도 우리는 만난다. 이 모든 것은 미디어의 존재 덕분에 가능하다. 미디어 없는 접촉, 미디어 없는 소통은 따라서 불가능하다. 요컨대 우리는 ‘미디어라는 물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인 셈이다.
새삼스러운 미디어 시즌1에서는 미디어를 이해하는 다양한 이론과 개념, 사고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면, 시즌2에서는 구체적으로 현존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다양한 미디어 형태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시즌2에서는 그것들 가운데 시각 미디어에 집중하면서, 시즌3에서 다룰 청각 미디어과 기타의 미디어 형태들과도 비교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를 붙잡아 고정시키거나,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을 눈으로 보이게 하여 그 경험을 사회적 소통에 임하게 하는 여러 형태들이 당신의 ‘시각’을 크게 넓혀줄 것이다.
시각 예술이 발전시켜온 시각 미디어는 ‘기계 미디어'를 만나 일대 전환을 이룬다.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에서의 포토그래프(photo-graph), 그리고 ‘진짜를 고스란히 모방한 것’이라는 의미에서의 사진(寫眞)이라는 명칭은 이 혁신적인 형태의 시각적 기계 미디어의 본질을 잘 담고 있다. 미메시스(mimesis) 즉 모방이라는 의미의 시각 미학이 사물을 그대로 담고자 하는 노력과 사물에 관련된 예술가의 심상을 새로운 종류의 사물로 만들어내려 했던 분투 사이를 수천 년간 오고 갔던 시각 예술. 사진은 이를 어떻게 제압하며 자신만의 미디어 영역을 개척해 갔을까?
시간을 멈추고 결정적 순간을 모방하거나 표현하는 시각 예술은 사진을 거쳐 동영상으로 나아간다. 그 역사적 기점을 앞두고, 일종의 ‘간주곡’으로서 청각 미디어를 맛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2월 초청강좌를 통해 고전음악을 즐기고 이해하는 법을 경험했다면, 여세를 몰아 청각 미디어의 본격적 형태인 음악에 대한 미디어 이론적 이해를 도모해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우리의 귀를 지나 가슴을 울렸던 초기 청각미디어인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뒷받침해주는 악기와 연주가 고전음악 형태를 통해 세련된 미디어로 포섭되는 과정과 그 함의를 살펴본다.
시각 미디어로서의 시각 예술은 ‘시간'을 멈추고 포착하는 방식으로 시각에 호소하는 세련된 미디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사진을 연결한 ‘활동 사진’이 마침내 시간의 장벽을 넘어 선다. 현실 속의 시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재현하는 것(real-time media)을 넘어 시간을 압축하고(fast-forward, shot-cut, flash, jump), 되돌리고 또 늘리는(slow-motion) 것으로까지 나아감으로써 현실 이상의 시간 감각을 창안해낸다. 그리고 그로써 본격적 기계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영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동영상 미디어를 통해 열린 새로운 시각의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영화,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사진과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면, 그것이 대중매체 산업과 만나면서 창출된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기술-산업적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텔레비전은 그 자체로 혁신적인 기계 미디어이자 엄청나게 성공한 산업이자 삶의 형식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텔레비전은 새로운 문명의 견인차이기도 했다. 따라서 텔레비전이라는 시각 미디어에 대한 탐구는 단순히 기계, 기술, 기기에 대한 형식적 이해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와 연결된 부분에 대한 복합적 이해를 요구한다. 거기에 유튜브라는 텔레비전의 후손이자 대항마까지.
최초의 본격적인 시각 미디어로서 오래 지속되어온 시각 예술은 그림과 조각을 통해 정교하게 구현되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부장품 속에서 발견되는 흙인형에서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거쳐 현대의 설치 미술까지, 시각 예술은 2차원적인 그림과 3차원적인 조소 형식으로 ‘시간을 멈춰' 세상을 모방하고 재현하거나 세상에 대한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구체적 조형물의 형태로 그려내고 빚어냈다. 이와 같은 시각 예술은 사진,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그것을 재해석한 디지털 미디어의 토대를 이뤘으며 지금도 여전히 이들에게 시각적 혁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준희 독서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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