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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 읽은 내용을 계속 기억하기

카이
2024-02-23
조회수 313

How to Read so that you Retain Information 



가끔 듣는 어느 철학교수의 강의입니다. 프린터 토너 사러 나갔다 오면서 들은 바로는, 각 단락을 한 문장으로 줄이고 줄인 문장이 두 개가 되면 다시 하나로 줄입니다. 이런 식으로 챕터마다 단 한 문장을 남겨요. 각 장을 하나로 요약한 문장들까지 통합하면 전체 책도 단 한 문장으로 남게 되겠지요.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공부해서 몇 개의 학위를 받는 것에 성공했고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우선, 수업 준비로 받은 자료로 실험해보았습니다. 



프로이트가 1927년에 집필한 [어느 환상의 미래]입니다. 종교 비판이 그 내용입니다. 인류가 지금껏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토대로 삼은 종교 대신 이성에 따라 과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요지에요. 종교학은 다양한 분과 학문의 방법을 원용하는데 이 수업은 심층 심리학을 가져와서 종교성을 연구합니다. 주제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혹시 (너무 몰라서;;) 다른분들께 피해가 갈까봐 다음 학기부터 도전하려고 했는데 어렵더라도 극복해야 한다고 격려해주셔서 덜컥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총 10개의 챕터가 있는데 전반부 5장까지는 평소대로 뜻을 살피면서 읽었습니다. 따로 필기는 하지 않았어요. 영상을 본 후인 6장부터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요약한 각 문장들을 옮겨 보겠습니다. 



6장. 프로이트는 유아기의 원망과 욕구 투사,라는 자신의 심리학적 분석 틀이 인류가 종교를 대하는 태도와 매우 흡사한 점을 들어 종교를 (극복해야 할) 환상이라고 결론 짓는다. 이때 종교적 교리의 진위는 분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적으로 참/거짓을 분별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직관과 내적 성찰을 도구로 쓸 수 있는데 이는 자의적인 의도가 개입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7장. 안정적인 사회 유지를 위해서라도 종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프로이트는 일부 그 가치를 인정한다. 즉, 교양이 떨어지는 대중이 섣불리 종교를 등지게 만든다면 사회적 무법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전적으로 밝혀진 사실을 봉쇄하거나 또는 문명과 종교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8장. 그러나 논의가 전개될수록 프로이트의 주장은 새로운 실험 쪽으로 기운다. 종교의 숨겨진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차라리 사회적으로 새로운 규약을 만들자는 것인데 피안, 즉 죽음 이후에 희망을 두는 것이 아니라 죽을 운명인 것을 받아들이고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할 점을 도모하자고 주장한다. 

9장. 왜냐하면 안정적인 사회를 도모하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억압과 금기는 인류의 발달을 저해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유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어른과 같다. 신경증을 극복하는 것이 개인이 달성해야 할 과업인 것처럼 이성과 과학의 힘을 믿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

10장. 물론, 개인의 심리적 기제를 고스란히 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고, 프로이트는 종교를 대신하여 이성의 우위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종교적 성격 (즉 신성함/경직성/불관용/사고의 금지)을 지닐 것인데다가 과연 사회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일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논거로 삼아, 종교가 환상이라고 비판하는 프로이트야말로 어쩌면 과학에 대해 환상을 지닌 것일 수 있다고 (프로이트가 스스로 설정한 가상의)반대자는 계속해서 비판한다. 그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프로이트가 내리는 결론은 둘 다 환상이라고 하더라도 종교적 환상이 무너지면 절망적이 되겠지만 종교를 등지고 과학을 수용한 입장에서는 어차피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그리 손해볼 것이 없다고 역설한다. 과학은 언제나 더 나은 길을 찾아 계속해서 진보할 것을 긍정하며 프로이트는 글을 맺는다. 



요약을 넘어 더 살펴보아야 할 지점은... 과학적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논의에서 배제한 내적 성찰과 직관의 영역에서 바라본 종교성/ 프로이트도 여러 차례 인정했듯이 과연 개인의 발달 단계를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근본적인 무리는 없을 지/ 종교적 억압에 반기를 들고 대체제로 삼은 과학이 종교적 권위를 가졌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없을 지... 가 될 것입니다. 특히 세 번째 문제는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지구의 생태계가 거덜나게 생겼죠... 사소한 일들마저 법과 제도로만 풀려는 삭막한 도시 문화도 지나치게 비대해졌고요... 유아기적 환상을 버리고 지성의 성숙에 베팅한 인류는 더 행복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디스토피아로 치닫게 된 것은 아닌지 프로이트가 이 글을 쓴 지 100년이 가까워오는 오늘날 특히 곰곰이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짧게 프로이트도 인정했듯이 자신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종교를 등질 사람들은 처음부터 신심이 없었던 것이고 정말 믿음이 깊은 사람들은 어차피 자신의 주장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저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힐 만큼 종교적 언어에 밝거나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정신이 투철하지도 않습니다. 막연한 심증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손을 확실히 들지 않는 상태에 가장 가까워요. 하지만 이성적으로 완전히 납득된다고 해도 저는 그리스도 없는 세상에서 더 좋은 인간이 될 자신이 없습니다. 아니, 더 좋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할 자신이요...



목표한 대로 단 한 문장으로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프로이트 심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요. 그렇긴 하지만 이전에 제가 썼던 방식대로 전체를 읽고 나서 머릿속에서 제 말로 바꾸는 과정보다는 훨씬 속도감이 있고요 단락마다 문장으로 줄이는 확실한 방법에 따라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치번역기' 전에 조금 읽고 산책하고 나서 이어 읽다가 '해시라이브' 후에 마무리했습니다. 보통은 중간에 지루해져서 그만 두기 때문에 읽을 거리가 많을 때는 처음부터 목차에서 궁금한 점들만 뽑아 부분적으로 읽습니다. 궁금한 기준이 기존의 제 지식이기 때문에 과연 책에서도 중요한 파트가 될 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고 재미도 있지만 세미나용 발제로 적합한 방식은 아니에요. 원서에도 적용 가능한지 이어서 실험해보겠습니다. 이 방법으로 공부한 저자는 고교때 배운 경제학의 정의를 강의 중에 바로 기억해 냈습니다.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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