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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 Come Home: 독서 강좌 첫 번째

카이
2024-02-09
조회수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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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을 따라 읽다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처음 글자가 어떻게 다가왔던가. 정보-기쁨-성찰의 세 단계 중에서 저는 바로 두 번째 단계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초등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이었던 시절, 책을 보물창고나 마법 융단으로 간주했던 기억이 나요. 읽기 전 상황이 어떠했든 책을 펼치면 재미있는 것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곤 했습니다. 형제들과 노모를 모시는 것을 나누지 않고 어머니, 아버지 모두 첫째도 아니면서 전담하는 바람에 두 할머니와 아이들, 마당에서 키우는 많은 동물들로 집은 늘 시끌시끌했습니다. 성격들도 괄괄해서 하루도 조용히 넘어갈 날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서울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대학에 들어가자 어쩐지 서울 사람같지 않다고, 어느 지방 출신이냐고 선배들이 물었던 이유는 아마 이런 가정 환경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웬만하면 같이 대거리를 하지 않는 막내답게) 아무 책이나 펼쳐 들면 어느새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사실 지식과 정보로서 책을 대한다는 건 여전히 생소합니다. 문득, 처음 책을 대면했던 관점과 태도가 변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위한 공부나, 기계적인 반복을 한사코 거부했던 것이로군. 또, 예습이나 복습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만점을 받지 못할 사람은 없으니 일종의 반칙이고, 마치 놀이처럼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이, 정확히 기억하느냐를 키우는 능력이라고 학교 공부를 스스로 정의 내리고... 



문제는,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도 어쩌지 못할 만큼 우울의 양이 커지면서였습니다... 많은 시간들이 흘렀고, 저는 지금 책의 다른 이면들 즉 아래로 내려가 지식과 정보의 도구로 활용하고 이어 위로 올라가 책을 디딤돌 삼아 성찰하는 단계까지 도전해보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음을 먹었으나 생활에 이렇다 할 변화는 아직 없습니다. 그동안 해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러저러하게 관점이 변하고 생각이 바뀌었듯이 학기가 시작되어 동료들과 교수님들 속에서 새로 빚어지고 다듬어지겠거니... 일종의 포기 상태입니다;; 남들 다 내려가는 부모님 댁에도 안 갑니다. 진짜 뉴욕 가는 비행기 끊으려고 그 핑계로 어머니께 미리 양해를 구했어요. OT나 수강신청 모두 현장에 갈 필요가 없어서 무리하면 안 될 것도 없지만 이스타 비자 신청에서 좀 빠지고, 왕복 오가는 시간 빼면 입학하는 날까지 며칠 되지도 않을 걸 꼭 이렇게 right away 강행하는 게 좋을까 그려보다가 일단 멈췄어요. 대신 그 시간을 다른 스케쥴로 채우지 않고 언젠가 노회찬 의원이 모처럼 맞은 여름 휴가를 어부인과 함께 단식하면서 집에서 보내셨다고 하신 것처럼 하루 이틀이나마 음식을 끊으려고 합니다. 딱 한 번 사흘을 그렇게 지낸 적 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집 근처 카페 다녀왔습니다. 가깝고 넓어서 이따금 들르는 폴 바셋(서민이 가기엔 황송하지요^^)에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어요. 백설공주 드레스를 입은 서넛이 안 되어 보이는 꼬마가 연신 돌아다니려고 시도하고 젊은 아빠는 부지런히 따라다니다 이윽고 몸 옆에 짐짝처럼 들어올립니다. 그런 얘기 있잖아요. 얼굴 테스트라고 해야 하나... 길 가는 아이에게 활짝 미소를 지었을 때 아이와 부모 모두 마주 웃어주면 괜찮게 생긴 거고, 어느 한 쪽이라도 인상이 찌푸려지거나 못 본 척 황급히 지나가면 아닌 거래요. 책 읽다가 아주 어린 분홍색 옷 꼬마에게 저도 모르게 웃어줬는데 낯선 장소에서 두리번 거리던 아이가 싱긋 기분 좋게 따라 웃었습니다. 이 말을 왜 하는 거지...? 이렇게 말입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본론으로 바로 안 들어가고 공연히 주제를 돌리고... 평소에도 잘 이렇게 하고요, 삶이 전반적으로 그렇습니다. 성찰,이라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그래요. 아, 생각났어요. 성찰의 제1단계가 자기 자신 돌아보기,인데... 그 누구보다 제 꼬라지를 제가 잘 아니까 자격이 없다는 선언에 짓눌려 옴쭉달싹 못하는 거에요. 언제까지나 기분 전환이나 현실 도피를 목적으로 책을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보지도 않았던 지식과 정보의 도구로 활용도 못하겠고, 성찰에 대해 무척 궁금하기는 한데 그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니 형편 없다는 생각에 어떤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카페를 나서기 전에 생각했습니다. 티끌 한 점 없이 뭔가를 시작하는 개념이 될 수 없다. 유리알처럼 매끄러운 피부의 여성도 화장실을 간다는 건... 동물로서의 인간은 빛과 어두움, 좋고 나쁜 것을 모두 동시에 지니고 사는 존재인 바,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는 것에 겁이 나면 그냥 살아도 그만인 것을 너무 닦달할 필요는 없고... 해시라이브 1회를 보니 우리에게 의미있는 구독자 수는 10만보다 12만이 아닌가 합니다. TBS 시절 구독자들도, 개국공신도 다 모이는 12만부터가 새로운 시작이지요!... 이번에도 역시 다섯번 째 편지 읽고 바로 마지막 아홉번 째 편지로 뛰어서 상세하게는 모르지만 이 책의 결론이 평소 교수님께 들었던 시민의 덕성에 관한 완결판이 아닌가 합니다. 강의를 신청하지 않은 분들도 결론은 숙지하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소설가라고 생각하는 엘레나 페란테, 책의 흡인력에 너무나 놀라웠던 본회퍼 목사... 저자가 인용한 숱한 이들이 반가웠습니다. 인용이 많은 글을 좋아하지도 않고, 어크로스 출판사는 어쩐지 책을 뚝딱 너무 쉽게 만드는 것 같아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역시 교수님 덕분에 추수한 곡식으로 풍성한 창고에서 푹 잘 쉬고 좋은 기운까지 듬뿍 얻었습니다. '와... 어쩜 저렇게 말이 군더더기가 없을까!' 이게 교수님 첫 인상이었고요, '와... 정말 선하시다!!' 종종 이렇게 감탄합니다. 다른 해원님들은 이미 다 아실 내용을... 오늘도 이렇게 뒷북으로.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월요일, 해시라디오시브런치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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